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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지개발 토목 엔지니어 - 토목과 14학번 정재우

2020-12-24 09:13 1,512

절마다 익숙한 풍경이 있다. 쌀쌀한 초봄 즈음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새내기들의 입학식,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여름철 학생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황령한마음제전, 단풍으로 캠퍼스가 붉게 물드는 가을날의 황령축제 그리고 긴 인고의 과정 끝에 맞이하는 학위수여식.

 

그러나 올 한 해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우리에게 친숙했던 풍경 한 컷 한 컷이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생경한 장면들이 연이어 쏟아지는 중,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지난 10월 모처럼 학교에 익숙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토목과 학생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맘때쯤 학생들은 자신의 키 높이만 한 레벨Level기와 토탈스테이션Total station을 챙겨 들고 대학 캠퍼스 건물과 토지를 대상으로 측량 실습을 한다.

 

토목과 14학번 졸업생 정재우 씨 역시 그러할 때가 있었다. 그는 측량이란 지형·지물의 상대적인 위치 관계를 측정하여 수치화하는 것으로, 토목공학의 가장 기본 작업이라 할 수 있죠라며, “레벨기는 평균해수면에서 현재 지형이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걸 도와요. 토탈스테이션은 이제 경도와 위도 등 지상 현황측량에 특화된 장비예요. 측량학 실습수업에서 친구들과 생소한 장비에 쩔쩔매며 측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라며 인터뷰의 첫 운을 뗐다.

 

천지개발() 토목 엔지니어, 현재 국도 5호선 확장 공사에 참여

 

정재우 씨는 현재 천지개발()에서 토목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설립된 천지개발은 부산에 소재지를 둔 토목 전문건설회사로, 도로, 철도, 항만,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 SOC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 지하철 기초 및 교각 공사 외에도 신 원성 원자력 1,2호기 주 설비공사, 현대중공업 해양신관 및 종합연구소 신축공사,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노반 신설 공사 등 전국에서 다양한 건설 및 정비사업을 수주 해왔다.

 

[사진설명] 부산에 소재지를 둔 천지개발에서 근무 중인 토목과 14학번 정재우 졸업생

지난해 11월 입사한 정재우 씨는 현재 춘천과 화천을 연결하는 국도 5호선 확장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춘천시와 화천군 사이의 기존 20km에 이르는 2차선을 3차선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터널 3개소, 교량 2개소, 평면교차로 8개소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공사입니다라며, “처음에는 1공구에서 도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교량을 시공하는 작업에 투입되었고, 지금은 3공구에서 터널 공사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1km 터널 8할 정도를 뚫은 상태입니다라고 근황을 알렸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

 

도대체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약 기원전 20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마주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의문이다. 정재우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고민했다는 점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도로 교량과 터널 등 도로 구조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흙으로 옹기 하나 빚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이렇게 반듯하게 도로를 닦을까 하는 궁금증이 많았죠. 이러한 일념 하나로 우리대학 토목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자신의 진로를 토목공학으로 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토목공학을 향한 관심만큼이나 학과에 대한 애정 역시도 뜨거웠다. 정재우 씨는 “1·2학년 연달아서 학과 총대를 맡았어요. 제 자랑거리 중 하나예요. (하하) 그동안 궁금했던 토목공학과 시공공법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공부하면서 즐겁게 대학 생활에 임했던 거로 기억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억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T형 옹벽을 만드는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다운 대답이었다. 그는 하중, 지지력, 전도율 등을 계산하여 안정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부터 이차원인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입체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흥미진진했어요. 마치 제가 시공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빨리 현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라고 말했다.

 

토목공학 = CIVIL ENGINEERING

 

오늘날 토목이란 단어는 다소 고루한 느낌을 준다. 특히나 최근 IoT, AI 등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요즘엔 더욱. 장기간에 걸친 전쟁으로 한때 폐허였던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비약적인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SOC 사업에 대폭 투자해왔기에 일각에서는 토목산업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 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에 정재우 씨는 이렇게 답한다. “토목공학의 영문명은 Civil Engineering이에요.” 그는 단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시민 공학입니다. 토목의 기초인 측량의 시작은 4대 문명의 시작과 같이한다고 합니다. 강의 주기적인 범람으로 토지를 측정해야 할 때나 농사를 위한 관개시설을 만들고 나아가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시설을 만들 때부터 말이죠라며 토목공학은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업 분야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최근 우리나라 같은 경우 빠른 경제성장으로 도로나 터널 등이 너무 잘 갖춰져 있는 건 사실이나, 여전히 시외지역에는 개발해야 할 부분이 산재해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시공기술을 통해서 지역과 지역을 넘어 국가와 국가를 잇는 대규모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등 개척해야 할 새로운 분야가 다양합니다라며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려나갔다.

 

여러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

 

편입과 취업, 졸업을 앞둔 모든 학생이 고민하는 갈림길이다. 정재우 씨도 이러한 고민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저 역시도 고민이 많았어요. 편입해서 공부를 더 할까, 아니면 빨리 취업을 할까. 결국에는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을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어요라며 취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고 봐요. 중요한 건 스스로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낼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20257월 완공을 목표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정재우 씨는 업종 특성상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근무를 한다는 점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내가 시공, 건설에 참여한 도로와 터널이 지역주민들과 여러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그 날을 떠올리며 열정을 갖고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