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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9 대한민국 청소년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 수상자, 방사선과 18학번 박병진 & 19학번 신수정

2019-09-19 09:30 1,531

세먼지의 습격이 봄·가을철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할 만큼 최근 우리 삶의 터전,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방사능 오염이란 또 다른 환경문제를 낳아, 사람들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방사선은 불안정한 원자핵을 갖고 있는 원소가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원전사고로 유출된 세슘(반감기가 30년으로 긴 편이다.)과 같은 인공 방사성 물질 외에도 우주, 토양, 음식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자연 방사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3 m(밀리시버트)정도의 자연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흔한 예로, 바나나 1개를 섭취하면 칼륨으로부터 약 0.1 μSv정도 피폭 받는다. 물론, 이렇게 체내에 쌓인 방사성 물질은 일반적으로 자연붕괴하거나 배설 등으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또한, 방사선은 질병 진단이나 치료 외에도 여러 산업 및 연구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허용치 이상의 방사선이 인체에 장기간 혹은 단기간 다량 노출될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를 유발하여 암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급성방사선증후군, ARS)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방사선 5만 m에 노출 될 경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방사선 시계.’ 방사선과 1학년 신수정 씨가 제안한 이 작품은 이렇듯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 기존 디지털시계 하단부분에 방사선 수준을 감지하는 광센서를 부착한 것으로, 광센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발광과 함께 경고음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신수정 씨는 최근 주변에서 방사선 피폭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을 접하면서 이 시계를 구상하게 됐어요.”라며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버저buzzer는 방사선 노출 수준이 심할수록 큰 소리를 낸다. 기존 상용 제품보다 구조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편의성과 경제성을 높이 평가받아, 그는 지난 2019 대한민국 청소년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출품작 수만 6,000여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이디어

 

올해로 18회를 맞는 이번 대회는 4차 산업혁명 속 지식경쟁력을 갖춘 미래 산업사회의 주역이 될 창의발명인재를 발굴하여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출품작 수만 6,000여점. 그 중 우리대학 방사선과 ISO동아리 학생들 다수도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펼쳤고, 방사선과 19학번 신수정, 18학번 박병진 씨가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아 각각 대회 최고상인 대상과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인정받게 돼 기쁩니다.” 박병진 씨는 워낙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한 참가자 분들이 많아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작품설명을 담은 우드락 뿐만 아니라 시제품까지 제작해온 분들을 보면서 당시엔 엄청 주눅 들기도 했어요.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신수정 씨는 저보다 저희 엄마가 더 기뻐해요.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니지 뭐예요. 대회 덕분에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됐어요.”라고 소감을 덧붙였다.

 

방사선과 ISO동아리, 10회부터 대회 출전 대회 대상은 최초

 

방사선과에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ISO를 포함해 무한도전, RAD, DIT RAD 등 다양한 전공동아리가 있다. 이들 동아리는 논문연구를 비롯한 각종 교내외 경진대회에 출전해 학업 역량 강화의 기회를 갖는다. ISO2011년부터 매년 발명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첫 출전한 제10회 대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장관상과 제14회 고용노동부장관상 등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둬왔으나, 대회 대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히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다. “선배 못지않은 후배들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한 이유다. 박병진 씨는 “4월 한 달간 대회 준비를 했습니다. 각자 일생생활 속에서 겪었던 불편한 점을 떠올리며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고, 동아리 회의에서 서로 간 의견을 교류하며 아이디어의 윤곽을 잡아나갔습니다.”고 말했다.

 

초음파젤 공급기 일체형 초음파 진단기를 출품한 그는 방사선과 선배의 초음파실습을 도왔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초음파를 통한 골밀도 측정 실습에 피시술자로 참가했어요. 정밀도 향상을 위해 시술자가 검사부위에 전달매질인 수용성 젤을 바르는데, 이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져요. 그러다보니 과정이 번거롭기하고 젤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았어요.”라며 당시 느꼈던 문제점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필요한 만큼만 젤을 자동적으로 분사하는 초음파 검사기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라며 작품 탄생비화를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직접 젤을 도포해야하는 불편함을 줄임과 동시에 소모품 비용을 최대 6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서류심사 결과는 제출 한 달 뒤인 527일 발표됐다. 그리고 두 차례의 본선 심사가 이뤄진다. 개인별 발표와 공중 평가심사다. 76일 공주대학교 천안공과대학에서 실시된 대학부 본선 심사(발표)를 통과한 작품은 26일 서울 무역전시관SETEC에서 열리는 공개 전시심사에 출품돼 최종 수상 여부가 판가름 난다. 신수정 씨는 그날 정말 많은 분들이 관람하러 오셔서 참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날이었어요. 저 역시도 관람객 입장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작품을 관람했는데, 어린 친구들도 많이 참가했더라고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나 철저한 준비성만큼은 오히려 제가 더 배워야할 입장이었어요.”라며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보건의료 3남매 중 막내’ & 환자보다 더 다치고 아팠던 예비 방사선사

 

1남 2녀 중 막내인 박병진 씨, 세 남매 모두가 보건의료 학과로 진학했다. 맏이인 큰 누나는 A대학 치기공과를, 작은 누나는 우리대학 물리치료과를 졸업했다. 박병진 씨는 학교 선택에 대해서는 누나들의 영향이 컸어요. 작은 누나가 늘 학교 칭찬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우리학교가 학생복지나 취업 쪽에 지원이 빵빵하다고 했죠.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런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2차례의 본선 심사와 시상식이 모두 서울, 공주 등 타 지역에서 열렸는데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대회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신수정 씨의 본래 목표는 체대였다. “아마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첫 운을 뗀 그는 훈련 중 골절 등 부상으로 병원을 내 집 마냥 자주 들렸어요. 아픈 와중에도 영상의학 장비로 촬영한 제 뼈나 신체구조를 보면서 흥미롭더라고요.”라며 엉뚱한 면모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예를 들자면 투과율이 비슷한 조직 간의 구별이 어려운 엑스선 촬영은 인대 손상 여부를 정확히 담아내지 못하지만, 뼈 사이의 간격을 통해서 손상 유무를 어느 정도 추정해 볼 수 있답니다.라며 흥미를 갖게 된 계기를 밝혔다.

 

결국 잦은 부상으로 부득이하게 진로를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방사선과였다. 그는 체대를 포기할 당시에 후회가 컸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과거 훈련 중 다치고 아팠던 경험을 살려 누구보다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방사선사가 되고 싶어요.”라며 싱긋 웃었다.

 

서로를 향하다, 방사선과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

 

돈독한 선후배 사이가 아닐까요?”

 

방사선과의 자랑거리를 묻자, 두 사람은 서로 간에 말이라도 맞춘 듯 입 모아 말했다. 신수정 씨는 아직 학교생활을 한지 반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공부할 과목이 많고 전공지식도 어려워요. 제일 의외였던 건 물리였어요.”라며 당시의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에, 박병진 씨는 웃으며 “CT, MRI, 초음파, X-ray 등 각종 첨단장비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인 만큼 기기 작동 원리 전반에 걸친 과학지식을 공부하는 건 필수예요. 사실 저도 첫 수업 때 적잖이 놀랐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정 씨는 그런 후배들의 고충을 잘 알기에 선배 분들이 더 잘 챙겨줘요. 교내 동아리나 멘토링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먼저 선배들이 손을 내미는 점에 고마워요.”라며 화답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방사선과 1·2학년 선후배가 나란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 공교로운 일은 아니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