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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9 부산권LINC+ 대학 연합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전기과16 정수민

2019-12-30 11:10 1,369

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흔히들 얘기하는,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오랜 경구다. 듣고 보는 것만으로 학문과 지식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매년 우리대학 학생들이 방학을 반납한 채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뛰어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장실습은 학문과 실제 산업현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가교이자,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실무환경을 체험하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몸을 무심히 훑고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마저도 고마웠던 지난여름, 우리대학 전기과 2학년 정수민 씨의 발길이 향한 곳은 어느 도심 한복판. 잿더미를 뒤집어 쓴 듯 한 회색빛의 건물들이 나란히 도열해있고, 철골과 각종 자재들이 솜털처럼 건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육중한 철근들이 부딪히며 내지르는 중저음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고, 그 아래 개미떼처럼 부산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부산의 A아파트 건설현장이 그의 현장실습지였다.

통상적인 현장실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곳에서의 한 달하고도 10일간의 이야기. 지난 126일 열린 ‘2019 부산권LINC+ 15개 대학 연합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수민 학생의 생생한 현장실습 기록을 주목해보자.

 

남들과 다른 현장실습지, 만학도 대표와의 인연으로 출발

 

출발부터 평범하지는 않았던 정수민 씨는 대다수 동기들은 전자 부품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지만, 저는 자진해서 건설업 현장을 선택했어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러한 까닭을 설명하기에 앞서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을 소개했다. “입학 전부터 제가 다짐한 계획이 있어요. 언젠가는 전기기술로 경력을 쌓아 내 이름 석 자를 내건 회사를 차리자, 라는 것이죠. 그래서 전부터 교수님께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산업현장에서 실습할 기회가 없는지 여쭙곤 했어요. 이에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이 세풍전력()이란 회사였습니다.”

 

경남 김해에 위치한 세풍전력()은 전기, 정보통신, 배관난방, 기계설비 분야 등 전기설비 분야의 중소기업이다. 그는 이 곳 사장님께서 만학도로 우리대학 전기과를 졸업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인연을 계기로 교수님께서 현재 이곳이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공사에 참여 중이다. 여기서 현장실습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제게 추천해주셨어요.”라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안전 앞에서는 베테랑도 없다

 

모두가 잠 든 새벽 630. 여름철 일출처럼 건설현장의 아침은 일찍 찾아온다. 정수민 씨는 그 시간까지 현장에 도착해야 해요.”라며, “101동부터 111동까지 있는 대단지라 그런지 첫 출근 날 그 규모에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지 뭐예요.”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현장에 들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안전교육 프로그램 이수였다. 그는 현장 내 마련된 안전교육장에서 2시간가량 교육을 들었어요. 교육을 마치고 전에 취득했던 건설업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제출한 뒤 안전장비를 지급받고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됐죠.”라고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첫 시작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전등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작업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임팩트드릴로 천장에 엄지손가락만한 깊이의 구멍을 뚫고, 드롭 인 앵커Drop in Anchor를 삽입한다. 그리고 전산볼트를 끼워 고정시킨 후 전등을 설치하는 순이다. 그는 처음 5일간은 전등 설치 작업을 했어요. 몇 번 하다 보니 손에 금방 익더라고요. , 실내 작업이라 고층에서 낙하물이 떨어져 다칠 염려도 없었기에 얼마지 않아 긴장이 확 풀려버리고 말았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다 크게 한 번 혼났어요.” 상황은 이랬다.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늘 낙상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이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작업자와 사다리 간 안전 고리를 체결한다. 그는 욕심이 컸어요.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안전 고리를 제대로 연결하지도 않고 작업하던 걸 소장님께 딱 걸려 버린 거죠.”라며 의욕만 앞서있었던 당시 행동에 대해 후회했다. 소장의 불호령은 예상된 수순. 그는 소장님께서는 이런 작업이 전기 분야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위험하다. 안전 앞에는 베테랑은 없다.’라고 호통 치시면서 늘 안전수칙에 대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어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저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그 무엇보다 값진 '오케이 싸인'

 

전등 설치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골조 팀에서 한창 짓고 있는 단지 내 어린이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설 내 전원 공급을 위해 전기분점함과 각종 전선을 연결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정수민 씨는 전처럼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었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반장님께서 일대일로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기에 금방 익혀나갈 수 있어요.”라며, “수업시간에 배운 내선공사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어지러이 널 부러진 선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작업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정수민 씨는 건설작업용 리프트에 몸을 맡긴 채 아파트 옥상으로 향했다. 이제는 구름이 손에 닿을 듯 한 건물 꼭대기에서 아파트 단지 전체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배선작업을 맡게 된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고층에서 일하는 게 처음이라 괜히 긴장되고 걱정스러웠어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배선작업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시작되었다. 정수민은 옥상에서 작업을 하고, 한 층 내려가서 그 작업을 이어서하고 이렇듯 순차적으로 결선작업을 시작했어요. 또한, 연결된 선이 외부로부터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 덕트로 도포하는 작업도 함께 했어요.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어느 순간 높이에 대한 감흥도 없어지더라고요.”라며, “이렇게 연결된 선들이 비상등, TV, 전조등 그리고 각종 콘센트에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재밌었고 보람찼어요.”고 말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스스로 끝내는 것’, 정수민 씨가 이번 현장실습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마지막 작업은 저 혼자 해냈어요. 시작부터 최종단계까지 혼자서 완벽하게 다 끝낸 뒤, 멀찍이서 지켜보고 계시던 반장님께 멋쩍게 오케이 사인을 날렸죠. 그때 그 기분, 쾌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테랑들 사이에서 제 몫을 한 것 같아 뿌듯했어요.”라고 해맑게 웃었다.

 

체력관리관련분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더욱 정진할 것

 

왜 현장에서 경력을 중요하게 보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름방학동안 무사히 건설현장에서 실습을 마친 정수민 씨는 그 누구 간에 처음 필드에 나가면 자신이 어린아이였구나, 라고 깨닫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죠. 저 역시도 그랬고요.”라며,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해 올바른 장비 사용법뿐만 아니라, 능률적인 작업절차 등 업무 전반에 대해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모두가 현장에서의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수민 씨는 이번 실습을 통해 건설업 분야 성공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짐했다. 그는 튼튼한 체력관련 분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앞으로 더욱 정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기 때문에 건강이 가장 우선이고, 그만큼 체력관리를 잘해야겠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자격증이 없으면 자기가 일을 주도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주어진 한정된 일만 하게 되고, 때로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전기산업기사와 전기공사기사 등 관련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3배는 더 알고 있어야 한다.’ 개인 사업체를 차리는 것이 꿈인 정수민 씨가 말하는 대표가 갖춰야할 최우선의 요건이다. 그는 대표라는 직함은 직원들이 아는 것의 3배는 더 알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렇기에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었죠.”라며 말했다. 이어, “제 꿈을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나아가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