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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때 아닌 꽃잔치, 48계단 아트벽화 with 산업디자인과

2017-08-08 13:29 3,144

노란 해바라기, 빨간 장미, 연분홍빛 벚꽃 ....

 

우리대학에 때 아닌 꽃 잔치가 열렸다. 여름의 끝자락에 피어오른 꽃들은 회색빛 콘크리트로 칙칙했던 48계단을 화려하게 수놓아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긋이 관망하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꽃향기가 코끝을 살랑살랑 흔들어낼 듯싶다이 48계단 아트벽화작품은 지난 7월 17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뙤약볕이 내려쬐는 무더운 날씨를 꿋꿋이 이겨내며 작업한 산업디자인과 차병수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과 땀의 결실이다.

pic. 48계단 아트벽화

처음 이곳 48계단에 아트벽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차병수 창조관과 산학협력관 사이에는 콘크리트로 층층이 빚어진 48계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계단은 우리대학의 높은 고지와 맞물려 매우 가파른 경사를 자랑하죠. 이렇듯 심한 경사와 탁한 회색빛으로 수풀이 울창한 푸른 캠퍼스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위압적으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또 계단 끝에 흡연구역이 위치해 있어 다소 어둡고 소외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이렇게 소외되어 있는 공간을 보다 친숙하고 밝게 조성하기 위해서 이번 48계단 아트벽화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화사한 꽃들의 향연이 눈을 즐겁게 하는데요.

차병수 감사합니다. 하하. 디자인을 선정하는데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답니다. 처음에는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의 캡스톤 디자인 작품 내 오리지널 캐릭터를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허나, ‘대학에 대한 상징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피드백을 받아 우리대학 마스코트인 디트의 원형인 호랑이를 활용하기로 뜻을 모았죠. 허나 이 역시도 논의 단계에서 호랑이가 있으면 더 무거운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의 디자인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해바라기, 장미, 벚꽃 등 형형색색의 꽃을 통해 계단을 아름답게 꾸미자고요.

pic. 48계단 아트 벽화 초기 디자인

 

지난 7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느라 고생이 참 많았을 것 같은데요.

차병수. 산업디자인과 학생들 5명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여름방학 현장실습과 취업 및 편입 준비 등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흔쾌히 요청에 응해줘서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작업은 총 8일에 걸쳐서 진행됐습니다. 무척이나 무더운 날씨로 인해 오전 일찍 시작해 정오가 되기 전에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실시했습니다. 야외 작업 1일차에는 분필을 이용해 48계단에 기본 스케치를 했습니다. 2일차와 3일차에는 이 스케치를 바탕으로 흰색 젯소를 이용한 밑바탕 작업을 했죠. 미술 보조제인 이 젯소는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고, 이후 페인트의 접착력과 발색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후 4~5일차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완성된 도안을 바탕으로 채색을 실시했죠. 다양한 색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페인트를 활용했습니다. 1차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파란 꽃을 먼저 채색한 후,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상단에 있는 벚꽃을 채색한 이후, 이어 하단에 있는 장미와 해바라기를 완성해나갔죠. 꽃 개개의 발색만큼이나, 아트벽화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작업을 진행하는 내내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작업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난 7일차에야 아트벽화를 완성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마지막 한 단계 작업이 남았죠. 8일차에는 무광코팅 페인트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계단이다 보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말이죠.

pic.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산업디자인과 학생들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차병수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이런저런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작업 중 가장 큰 어려웠던 점은 48계단의 경사가 매우 심해서 그림이 왜곡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불균등한 계단 높이와 각도에 따라 전체 그림이 미묘하게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또 높은 계단이다 보니 학생들이 폭염 속에서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한계에 부딪혔죠. 이런 날씨 속에서도 한명도 포기하지 않고 작업에 성실히 임해준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네요.

작업을 다 마친 뒤 그 뿌듯함과 성취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을 것 같습니다.

차병수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늘 자신을 둘러싸고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고 이를 통해 사고와 행동의 양식을 변화해나갑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죠. 이렇게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서 만들어진 48계단 아트벽화가 학생 여러분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의 에너지가 되길 바랍니다. 벽화를 통해서 소외되어 있던 이 공간이 학생 여러분들에게 밝고 즐거운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학교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고요.

 

앞으로도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딱딱한 캠퍼스의 이미지를 벗어나 보다 다채롭고 재미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대학 환경 개선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pic. 완성된 결과물 앞에서 찰칵(사진 왼쪽부터 오나희 곽영화 차병수 교수 장가연 윤은영 이승연)

오나희 작년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벽화작업을 해봤어요. 힘들지만 하나의 벽화작품이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큰 즐거움을 주겠구나라는 느낌을 받고 또 기회가 온다면 해보고 싶었죠. 그러다 이렇게 학교에서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어요. 여름이라서 엄청 더웠고, 모기에게 많이 물렸어요. 그래도 서로 격려하며 다 같이 힘을 냈죠. 작업 마지막 날 완성된 계단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실제보다 더 예쁘게 나와 뿌듯했어요. 하하.

곽영화 처음에는 많은 부담감과 불안함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계단 벽화는 일반 벽화보다 배로 힘들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멋지게 완성해서 무척 기뻐요. 앞으로 많은 학생들이 그 계단을 지나가게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구요. 그리고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벽화 작업을 하면서 동기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장가연 평소에 벽화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는데, 때마침 학교에서 벽화를 그리게 될 기회가 생겨서 바로 지원했죠.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서고, 더위와 모기와 싸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근사한 추억거리가 하나 생겼죠. 20대 청춘의 소중한 한 단면을 기록으로 남긴 것 같아 무척이나 뿌듯합니다.

윤은영 우연히 교수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서 좋은 기회인지는 약간 의구심이 들긴 했네요. 하하. 힘들었던 점은, 중간에 비가 한번 내렸어요. 그래서 전날 작업했던 페인트가 씻겨 내려가 버렸죠. 그때만 생각하면……. 그래도 다들 멘탈을 잡고 다시 시작했죠. 마지막까지 무사히 완성할 수 있게 돼 감동이 두 배예요.

이승연 우리가 그린 벽화로 학교가 좀 더 예뻐질 수 있게 한 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 지원하게 됐어요. 웃픈 기억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너무 더워서 둘이 몰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에어컨을 쐬던 일이 기억나네요. 하하. 당시엔 어찌나 행복하던지. 벽화 안에는 저희들의 시안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혼자 했으면 금방 포기하고 대충해서 끝냈겠지만, 친구들과 교수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하고, 즐겁게 벽화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ic. 48계단 아트벽화 작업일지
* 학기 준비 및 취업 준비로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산업디자인과 교수님과 학생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