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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7국제디자인트렌드대전 금상, 산업디자인과 16 이은해

2017-11-21 11:02 3,140

상 최대 실적 속에서 연중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애플社. 지금에서야 전 세계 IT스타트업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한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개발 실패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기도 했다. 그랬던 애플이 90년대 후반 잡스의 경영 복귀와 함께 혁신적인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화려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공신화의 한 축이 근대 모더니즘 양식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킨 애플의 디자인 철학임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품질 상향평준화의 시대 속에서 이제는 실용성, 내구성이 아닌 심미성, 즉 디자인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2017국제디자인트렌드대전. 차세대 디자인 리더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 산업디자인과 16학번 이은해 씨가 디지털디자인 부문에서 출전하여 금상을 수상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 '디자인'의 강렬한 매력에 푹 빠져버린 이 씨.  ‘Simple is the best’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의 디자인 철학을 추구하는 그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안녕하세요. 산업디자인과 16학번 이은해입니다. 올해 22살로, 남들보다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했지만 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학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지난 6월에 2017국제디자인트렌드대전에 출전하여 쟁쟁한 참가자들을 물리치고 금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기한 마음뿐이에요. 수상하기 전까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었거든요. 그간 대티즌이라는 대학생 공모전 모음 사이트를 통해서 여러 공모전에 참가해왔어요. 낙선의 역사라, 하나하나 다시금 읊으려니 얼굴이 화끈화끈 닳아 오르는 것 같아요. 하하. 

 

우선, 처음 도전했던 ‘제5회 라떼킹(카페 프랜차이즈) 컵디자인 공모전’이었습니다. 웃을 일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라떼킹을 통해 웃음을 전파한다는 주제였어요. 많은 고민 끝에 당시에 유행하던 ‘계획대로’(일본 인기만화 데스노트의 한 컷을 활용한 인터넷 밈meme)라는 짤방을 패러디해서 참여했지만, 당연하게도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멘탈에 타격이 별로 없었어요. 하하. 처음엔 다 그런 거지라며 오히려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죠. 그리고 두 번째로 도전했던 건 삼성전자 스마트폰 배경화면 공모전이었습니다. 저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달과 별, 그리고 산을 이용해 디자인을 해서 참가했는데 역시 또 떨어졌어요. 이후에 살균기 회사의 CI, BI 디자인 공모전에 지원했고, 뭐 다들 예상하는 듯이 떨어졌죠. 건전지 회사의 캐릭터 리뉴얼 공모전에도 참여를 했지만 또 떨어졌었습니다. 그 밖에도 리네이밍 공모전 등 참여했지만 한 번도 붙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 언급한 것만 해도 대략 5개가 넘는 것 같은데요. 당시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계속 떨어지기만 해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디자인 관련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매번 들었고 막막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러다, 교수님의 권유로 2017국제디자인트렌드대전에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참가하게 됐는데, 이렇게 큰 상을 타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면 한 번 씩은 꼭 좋은 기회가 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그동안 낙선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죠. 모든 게 제 계획대로. 하하.

▶몬드리안 그림 앞에선 이은해 씨 ▶금상 수상작 ▶산업디자인과 스튜디오 안 이은해 씨

그러면, 본격적으로 2017년국제디자인트렌드대전에서 출품한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볼까요?

 

디지털 디자인 부문에 지원했고, 작품은 아기돼지 삼형제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다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동화 속 아기돼지 삼형제는 막내 돼지를 제외하곤 모두 늑대 때문에 집이 날아가고, 무너지는 등 수난을 겪습니다. 그렇지만 벽돌로 튼튼하게 지은 막내 집은 늑대가 차마 건들 수가 없었죠. 그래서 집 굴뚝으로 들어가려던 늑대는 삼형제가 준비한 덫에 빠져 호되게 당한다는 내용이죠. 

 

저는 전형적인 얘기를 좀 비틀고 싶었어요. 동화 속에서는 착하거나 약한 등장인물들은 항상 못된 인물들에게 당하기만 하고 억울해 하죠. 그런 식상한 스토리를 반복, 재생산하기보다는 이를 변용하여 재미있게 바꿔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늑대의 괴롭힘에 복수심에 불타서 삐뚤어진 아기돼지 삼형제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아직은 약하기 때문에 늑대에게 직접적으로 복수를 하지 못하지만, 다른 동화 속 친구들과의 배틀을 빙자한 일방적인 폭력행사를 통해 힘을 기르기 있다는 콘셉트를 잡았죠. 

다른 동화 친구들에게 폭력행사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요? 이건 신선함을 넘어서 무척이나 파격적인데요. 하하. 

 

그렇죠. 이런 설정을 가지고 저의 개성을 가미해 새롭게 아기돼지 삼형제를 디자인했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하나하나 새롭게 꾸며나갔죠. 이런 신선한 시도가 심사위원 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아요. 

해당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니라, 해낼 수 있었죠. 2학년 1학기 게임 그래픽 프로젝트에서 6명으로 팀을 구성하여 각자 개별적으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기본 스토리 레이아웃이 잘 잡히지 않아 팀원 모두가 고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서로 피드백을 통해 조금씩 스토리를 고쳐나가기 시작하니,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죠. 등장인물들의 성격, 모습 콘셉트아트를 구성하고 이를 2D로 작업을 한 뒤, 다시 3D 작업을 통해 작업을 완성해나갔어요. 3D에 익숙하지 않아 헤매기도 했지만, 역시나 함께 준비한 조원들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프로젝트작업을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A1 사이즈의 하드보드지에 한 학기 동안 작업했던 것이 담겨진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뿌듯했죠. 만일 혼자였다면, 이뤄낼 수 없었을 거예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그 누구보다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업디자인과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 디자인, 애니메이션, 영상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혼자 찾아보고 공부를 할 정도로요. 허나, 개인적인 일로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했어요. 그냥 이대로 취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대학을 갈 것인가, 이 두 가지의 선택지를 두고 수많은 고민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죠. 제 마음속으로는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쉬는 동안 독학으로 해당 분야 관련 자격증을 4개를 취득했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동안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레 학교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죠. 디자인 관련 학과를 찾던 중 라이프가이드와 실무기술교육을 통한 현장 적응력 높은 강의를 배울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해 우리대학 산업디자인과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근 2년간 학교생활은 제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시간이었죠. 여러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라이프가이드 수업으로 진로고민에 대한 상당부분을 크게 덜 수 있었어요. 교수님들께서 특히나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분이죠. 

디자이너 저마다가 자신이 지향하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을 텐데요.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세요?

 

Simple is the best. 심플한 디자인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디자인이 담고 있는 혹은 작가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보통 색을 사용할 때도 1~2개 정도만 활용해요. 물론 예외적으로 최대 3~4가지를 사용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색상이 디자인의 가시성, 기능성 등을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복잡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지만, 색의 배색 등 디자인 구성에 정통하지 않아 아직은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이후, 더 많이 디자인 공부를 해서 복잡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자신에게 큰 자극이 되었던 광고나 디자인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광고는 현대카드 광고였어요. 일반적인 TV광고는 가로 형인데, 현대카드는 ‘카드의 방향을 바꾸다’라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서 광고를 세로형으로 제작했어요. 사람들이 광고를 보기에는 불편했지만, 메시지 전달과 주목성 부분에서는 큰 화제를 끌었죠. 그 흔한 연예인도 쓰지 않고, 간결한 화면 구성에 텍스트만 띄웠는데 말이죠. 더욱이 미니멀리즘을 담은 실제 카드 디자인도 호평일색이였죠. 타 카드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트렌드세터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국제디자인트렌드대전 수상 이후에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하면서 3D 디자인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2학년 여름방학 첫 현장실습으로 3D업체를 지원했죠. 그곳에서 3D 캐릭터 모델러 일을 배웠는데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생소한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처음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팀장님과 선배님들을 괴롭히다보니(?) 어느새 전보다 실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지더군요. 당연히 일에 재미도 붙었고요. 이번 실습과 수상을 통해 한때는 흔들렸던 제 마음을 다시금 가다듬게 되었고, 이제는 제 진로가 확실해졌어요.

이후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졸업 작품 준비로 다른 생각할 여념이 없네요. 물론, 틈틈이 웹디자인 공부도 하고 있고, 우리대학 인근 상가를 대상으로 리브랜딩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어찌됐든 졸업 작품을 잘 마무리 짓고, 마지막 방학을 알차게 보내려고요. 그간 그림과 영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해요. 그리고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졸업 후 타 대학 디지털콘텐츠학과 및 애니메이션과로 편입을 생각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영상 관련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감동받을 수 있고 오래오래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저의 계획이자 꿈입니다. 응원해주세요!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늘 그를 기다리건 가슴 쓰라린 낙선의 소식. 거듭된 실패로 때론 자신의 길을 의심하기도 방황하기도 했다. 허나, 결코 인생이란 승부에서 포기하지만은 않았다. 실패를 딛고 다시금 도전했고, 비로소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된다’라는 명제를 스스로가 증명해낸 것이다. 헤어날 방도를 찾을 수 없을만큼 깊은 수렁에 빠졌던 애플이 창조적 혁신으로 스스로를 구원했듯이 말이다.

 

* 학업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적극 참여해준 이은해 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