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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박세웅, 신경희 동문 부부

2017-12-13 10:30 3,376

울이 왔다. 고막을 후벼 파는 듯 싸늘한 바람 소리에 안 그래도 양껏 움츠린 몸은 바람구멍을 막기에 분주하다. 얼음 알갱이가 섞인 듯,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따갑고 쓰라리다. 붉은빛 전기스토브 앞에 앉아,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막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계절이 다가왔다. 타닥타닥 마른 장작이 타들어가는 아궁이 위로 솟구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처럼,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박세웅, 신경희 동문 부부



12월 우리대학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중절모를 가지런히 눌러쓴 박세웅 동문(56)과 그의 곁을 지키는 신경희 동문(52)은 우리대학 공업디자인과(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캠퍼스 커플로, 지난 63,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장학기금으로 선뜻 기탁해주셨다.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이 근심,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써달라는 말을 남긴 박세웅·신경희 동문 부부의 후배사랑은 겨울철 차갑게 얼어붙어있던 몸과 마음을 단번에 녹일 만큼 뜨거웠다.

 

30여년 만에 대학을 찾은 그들에게 오랜 모교는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부부는 대학본관 앞에 위치한 야외 테라스에서 달라진 학교 풍경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눴다. “예전에는 저 쪽에 공업디자인과가 있었지, 라는 박세웅 동문의 물음에 신경희 동문이 맞아요. 우리 때는 저기에 있었는데, 학교가 정말 많이 변했네라며 다시 한 번 격세지감을 느꼈다.

■ 우등생과 낙제생의 만남

 

“85년도에 그 이를 처음 만났습니다며 신경희 동문은 풋풋했던 대학시절에 대해 첫 운을 뗐다. 두 사람이 만난 건 81학번이었던 박세웅 동문이 군 제대 이후 복학했던 85년이다. 당시에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늘 꼭대기에서 떨어뜨린 밀 씨 하나가 지구상 어느 곳에 있는 바늘 위에 꽂힐 기가 막힌 확률이라는 어느 영화의 명대사처럼, 그 해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캠퍼스에서 그들은 만났다. 같은 반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며 친밀함을 쌓았고, 어느새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했다. 박세웅 동문은 학창시절 우등생이었던 아내와 달리, 저는 소위 말하는 낙제생이었기에 교수님들이 우리 둘의 관계를 얼마나 뜯어말렸는지 모릅니다라고 웃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4년의 연애 끝에 1988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 받은 사랑 만큼 베풀자

 

현재 창원에 위치한 IT부품 관련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박세웅 동문은 오래 전부터 장학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부부가 처음 장학활동을 시작하게 된 얘기를 풀자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슬하에 12남을 두고 있는 부부는 막내아들의 친구가 어려운 경제적 형편으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장학활동에 나서게 됐다. 매년 2~3명의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을 선발하여 수업료 등 학비를 지원해왔고, 어느덧 올해로 6년째이다. 박세웅 동문은 지난해 들어 이런 장학활동을 조금 더 넓히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아내의 의견이 컸죠라고 말했다. “학창시절 공부와 담 쌓았던 나와 달리 늘 성적 상위권이었던 아내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줄곧 받아왔는데, 평소부터 그때 받은 은혜를 다시 학교에 베풀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죠라며 이번 장학기금 기탁의 배경을 얘기했다. “그 시절 받은 장학금이 당시 제게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그래서 내가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라는 신경희 동문의 말을 통해서 후배를 위한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신념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자

 

박세웅·신경희 동문 부부는 더 많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장학활동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예정이다. 올해 초, 초등학교 모교에 장학기금을 전달했으며, 이번 연말에는 심장병 등 높은 병원비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기부를 앞두고 있다. 끝으로, 후배 동문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박세웅 동문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아직도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있지만, 청년들이 좌절하지 말고 신념을 가슴 속에 품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 믿음과 열정이 후배 여러분 자신을 염원하는 곳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습니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신경희 동문은 역시 큰돈이 아닌데,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아 부끄럽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박세웅, 신경희 부부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