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압력 높이겠습니다. 코 막고, 숨 참으시고요. 힘드신 분은 물 한 모금 드시면 도움 됩니다."(고압산소치료장비 안내 방송)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 챔버(장비) 내 착석한 기자들에게 챔버 밖 코디네이터가 스피커를 통해 행동요령을 알렸다. 마치 비행기 내부를 연상케 하는 고압산소치료 장비엔 좌석마다 산소호흡기가 설치돼있다. "치~"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면 실내 기압이 수심 10미터(2기압)까지 오르면서 고농축 산소가 몸속 곳곳에 스며든다.
이곳은 화상전문병원인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 지난 2023년 7월 개소한 고압산소치료센터 내 고압산소치료 장비(챔버)다. 이 병원은 당시 국내 화상전문병원(5곳) 가운데 최초로 고압산소치료 장비를 도입했는데, 도입 2년3개월만인 지난 9월, 고압산소치료 건수 1만례를 돌파했다. 2023년 7월 고압산소치료 챔버 1·2호기를 들인 데 이어, 올해 7월21일 3호기를 추가 도입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36인 동시 치료 시스템'을 완성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허준 병원장은 "1·2호기는 입원환자 전용으로 가동해왔는데, 99.5%가 화상 및 재건 수술 환자이고 나머지가 당뇨발 등 기타 질환 입원환자였다"면서 "외래환자와 응급환자에게도 고압산소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외래환자 전용'의 11인용 챔버 3호기를 추가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 센터는 고압산소치료 장비 총 3대로 환자 36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압산소치료 인프라를 갖췄다.

일상(1기압)과 달리, 2~4기압의 고압 환경에서 100% 산소를 흡입해 혈장 내 산소 용해도를 높여 손상된 조직까지 충분한 산소를 전달한다. 혈액을 통해 공급된 다량의 산소는 혈관 신생과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허준 병원장은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화상·창상 질환의 치유 속도가 빨라졌고, 피부이식 생착률이 상승했으며, 감염·부종이 억제되고 치료 후 흉터·통증 등 후유증까지 줄었다"며 "향후 임상결과에 따라 암 환자의 항암치료 후 피로를 줄이고, 일반인의 면역력을 높이며 피부를 개선하는 영역으로까지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치료의 건보 적용군은 △중독증(일산화탄소 중독 등) △급성기의 중심 망막 동맥 폐쇄 △수혈이 불가능한 고도 출혈로 인한 빈혈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조직 괴사 △당뇨병성 족부 궤양(3등급 이상) △만성 난치성 골수염 △돌발성 난청(초기 청력 역치 80데시벨 이상) 등이다. 1~2시간 치료 시의 보험수가는 10만원 상당, 2시간 이상이면 23만원 상당이며 건보 적용 후 본인 부담률은 5~50%(외래환자 50%, 입원환자 20%, 중증 환자 5%)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