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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숨만 쉬어도 새 살 돋아" 화상환자 1만명에 새 삶준 '고압산소치료'

김가영 2025-10-17 10:26 32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의 다인용 장비(챔버) 내부에서 화상 환자들이 고압산소치료 장비 내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이 장비 3대에서 환자 최대 36명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의 다인용 장비(챔버) 내부에서 화상 환자들이 고압산소치료 장비 내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이 장비 3대에서 환자 최대 36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사진=한림대한강성심병원
"자, 압력 높이겠습니다. 코 막고, 숨 참으시고요. 힘드신 분은 물 한 모금 드시면 도움 됩니다."(고압산소치료장비 안내 방송)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 챔버(장비) 내 착석한 기자들에게 챔버 밖 코디네이터가 스피커를 통해 행동요령을 알렸다. 마치 비행기 내부를 연상케 하는 고압산소치료 장비엔 좌석마다 산소호흡기가 설치돼있다. "치~"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면 실내 기압이 수심 10미터(2기압)까지 오르면서 고농축 산소가 몸속 곳곳에 스며든다.

이곳은 화상전문병원인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 지난 2023년 7월 개소한 고압산소치료센터 내 고압산소치료 장비(챔버)다. 이 병원은 당시 국내 화상전문병원(5곳) 가운데 최초로 고압산소치료 장비를 도입했는데, 도입 2년3개월만인 지난 9월, 고압산소치료 건수 1만례를 돌파했다. 2023년 7월 고압산소치료 챔버 1·2호기를 들인 데 이어, 올해 7월21일 3호기를 추가 도입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36인 동시 치료 시스템'을 완성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허준 병원장은 "1·2호기는 입원환자 전용으로 가동해왔는데, 99.5%가 화상 및 재건 수술 환자이고 나머지가 당뇨발 등 기타 질환 입원환자였다"면서 "외래환자와 응급환자에게도 고압산소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외래환자 전용'의 11인용 챔버 3호기를 추가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 센터는 고압산소치료 장비 총 3대로 환자 36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압산소치료 인프라를 갖췄다.

고압산소치료의 단계별 치료 원리를 설명한 그림. /자료=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의 단계별 치료 원리를 설명한 그림. /자료=한림대한강성심병원고압산소치료 단계는 이렇다. 먼저 이 장비 바깥에서 장비를 조종하는 코디네이터(간호사·응급구조사)가 '가압' 버튼을 누르면 장비 내부 압력이 오른다.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 때 기압 차로 귀가 멍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코를 막고 숨을 불어넣어 귀가 뻥 뚫리게 하는 '이퀄라이징' 동작을 환자 스스로 취하며 기압에 적응한다. 환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산소가 매우 센 압력으로 체내 유입된다. 수중 10m 깊이까지 내려갔을 때(2기압)와 맞먹는 정도로 압력이 높아진다.

일상(1기압)과 달리, 2~4기압의 고압 환경에서 100% 산소를 흡입해 혈장 내 산소 용해도를 높여 손상된 조직까지 충분한 산소를 전달한다. 혈액을 통해 공급된 다량의 산소는 혈관 신생과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허준 병원장은 "고압산소치료를 통해 화상·창상 질환의 치유 속도가 빨라졌고, 피부이식 생착률이 상승했으며, 감염·부종이 억제되고 치료 후 흉터·통증 등 후유증까지 줄었다"며 "향후 임상결과에 따라 암 환자의 항암치료 후 피로를 줄이고, 일반인의 면역력을 높이며 피부를 개선하는 영역으로까지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압산소치료 장비 작동 시스템. /사진=정심교 기자
고압산소치료 장비 작동 시스템. /사진=정심교 기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코디네이터가 제어실에서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치료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코디네이터가 제어실에서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치료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이 센터에서 시행한 고압산소치료 건수는 2023년 2189건, 2024년 4612건, 2025년 1~9월 3227건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1만례를 돌파했다. 이들 환자의 99.5%는 입원 중인 화상·재건 수술 환자로, △화상치료 및 피부이식술(60%) △재건 목적의 피부이식 및 피판술(39.5%) △난치성 골수염(0.4%) △방사선 치료 후 조직괴사(0.1%) 순으로 많았다.

이 치료의 건보 적용군은 △중독증(일산화탄소 중독 등) △급성기의 중심 망막 동맥 폐쇄 △수혈이 불가능한 고도 출혈로 인한 빈혈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조직 괴사 △당뇨병성 족부 궤양(3등급 이상) △만성 난치성 골수염 △돌발성 난청(초기 청력 역치 80데시벨 이상) 등이다. 1~2시간 치료 시의 보험수가는 10만원 상당, 2시간 이상이면 23만원 상당이며 건보 적용 후 본인 부담률은 5~50%(외래환자 50%, 입원환자 20%, 중증 환자 5%)이다.

허준 한림대한강성심병원 병원장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허준 한림대한강성심병원 병원장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화상 전문 대학병원'으로서 매년 2700건 이상의 화상 수술을 집도해왔다. 허준 병원장은 "이번 1만례 달성은 단순히 숫자를 넘어, 화상과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외래 환자를 위한 3호기를 도입해 화상환자뿐 아니라 암환자, 면역저하자, 일반인에게도 고압산소치료 기회를 폭넓게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