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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초고령사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정연서 2024-05-27 10:59 471

한진숙 동의과학대 외식산업학부 교수 / 사진=동의과학대

나는 부산에서 재가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사영양서비스 커뮤니티키친 '온마을사랑채' 활동을 하고 있다.부산진구 재가노인 180여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6회 개인 맞춤형 식사와 영양관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서울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서도 가끔 "나도 우리 딸이 만드는 도시락 받아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근데 우리 동네에는 왜 이런 서비스가 없지?"라고 자문하신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산률 감소와 노령화로 총 인구 감소와 더불어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이와 같은 고령화를 둘러싼 환경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20년 노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19.8%가 노인독거가구이며 이들의 약 2/3가 개인 생활 향유 및 기존 거주지에서의 생활을 희망한다. 이와 같은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이하 AIP)를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가 이들의 의식주를 위한 다양한 일상생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식품영양학 전공자이니 당연히 '식(食)'에 대한 고민을 한다.

노인은 저작이나 연하와 같은 기능적 건강 저하, 노화에 따른 소화능력 저하와 만성질환 등을 고려한 맞춤형 식사를 해야 쇠약을 예방하여 AIP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재가노인의 식생활은 노화로 인한 신체적 기능 요인 외에도 사회적 고립 등과 같은 정서적 요인, 저소득과 같은 경제적 요인 등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시설노인에 비하여 복잡하다.

대부분의 재가노인은 아침, 점심과 저녁 메뉴가 거의 동일해 밥, 국 또는 찌개, 김치와 반찬 한 가지 정도의 식사 패턴이다. 그 한 가지 반찬도 나물이나 멸치볶음 등으로 식품섭취 다양성이 적고 에너지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식사로 보인다. 왜 이런 식사를 하시냐고 여쭤보면 '혼자 있는데 여러가지 음식을 만드는 것이 번거롭고 만든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니 하루 세끼 같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답한다.

얼마 전 서올의 한 중학교 부실한 급식이 보도된 적이 있다. 밥과 국, 순대볶음이 전부인 식판과 함께 학교 관계자는 조리사를 구하지 못하여 발생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하물며 재가노인에게 따뜻한 식사를 직접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조리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현재는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나 자선단체에서 복지관이나 경로식당의 식사준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미래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간단한 조리만으로도 바로 섭취할 수 있는 고령친화우수식품이 식단에 포함된다면 조리시간 단축과 전문적인 조리인력 없이도 양질의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독일 등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많은 국가들은 노인들의 식생활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우리 정부도 고령친화우수식품과 그 후보 식품으로 구성된 식품꾸러미를 노인들에 제공한 뒤 식사섭취량, 영양상태, 심리적 건강 등을 측정하는 맞춤형 실증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식품꾸러미를 받은 재가노인은 식품꾸러미 안내문에 따라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친 고령친화우수식품을 본인의 기본 식사와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평소 식단에서 부족했던 영양소 보충과 식품섭취다양성의 확보 등으로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

이제 '초고령사회'다. 달라진 환경에 우리 사회가 적지않게 당황해 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의 개발 및 제품의 확대, 고령친화우수식품꾸러미 구성, 식품꾸러미 배송 및 제공 시스템 구축 등의 논의는 서둘러야 한다. 건강한 고령친화식품은 자칫 몸과 마음이 시들 수 있는 고령인구에게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