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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령인구 감소’ 새로운 학습자원 발굴하는 ‘기회의 시대’로 삼아야

2025-01-13 09:34 560


‘학령인구 감소’
새로운 학습자원 발굴하는 ‘기회의 시대’로 삼아야




‘의대·간호학과 증원’ ‘자율전공 확대’ 여파 등 큰 이슈가 겹치면서 교육계는 그 어느 해보다 예측 불가능한 혼돈 속에 빠졌다. 지역 대학은 ‘학령인구 급감’ ‘청년 유출’로 생존 위기에 놓인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김대경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동의과학대 교무처장)은 현재 교육계가 처한 시대 상황을 ‘위기’가 아닌 ‘전환’의 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학년도 입시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달 24일 김대경 회장으로부터 전장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교무·입학처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김 회장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입학수요자인 베이비부머 세대를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경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또 다른 문들이 열려 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 후 전직을 위한 단기 교육을 많이 찾을 것”이라며 “단기 교육과정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시대를 ‘새로운 학습 수요자’를 발굴하는 시대로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전문대학이 변화하면 직업교육 기관으로서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역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성인학습자’ 등 새로운 입학자원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지속되면서 지방 소멸 문제도 불거졌다. 김 회장은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위해서 지역 산업체에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역에 기업이 있어야 청년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내년 도입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회장은 “지역 대학 생존은 ‘기업 유치’ 여부에 달렸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다. 대학은 지역 산업체에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기업은 고숙련 전문기술인재를 확보하는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탐내는 기업, 일하고 싶은 산업체가 지역에 있어야 한다. 지역에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없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간다”며 “지역에 기업이 오지 않으면 대학이 함께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약 1년 반 동안 협의회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협의회를 기반으로 전문대학의 의견을 결집하는 데 집중했다. 입법부, 교육부에 전문대학 교무·입학처장 의견을 전할 때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전문대학은 교육 정책, 학생·학부모에게 그동안 차선(次善)의 선택지였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의견을 통일하는 데 신경 썼다. 회원교가 감사하게도 협의회 의견에 잘 따라와 주셨다. 전체 전문대학, 직업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줬다.”

- 올해 ‘자율전공’을 신설한 대학이 많다. 자율전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팁이 있다면.
“학생 이탈 방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정 학과로 입학한 학생들은 과 소속감이 있다. 그런데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이후에 타과로 이동하니까 학생들끼리 모이기도 힘들 것이다. 대학 자체에서 학생들이 과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학과 단위 학생 모임 등을 장려해 학과 응집력을 높여야 한다. 또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하는데,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려면 학사 지도 시스템도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 자율전공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대학은 전임교수, 코디네이터 등이 있다. 예를 들자면 스무명의 자율전공 학생들이 15~20개 학과로 나눠서 전공을 선택하니까 교무학사 직원들이 힘들 것이다. 또 학생들이 이동한 학과에서 적응하는 것도 관리해야 한다. 교무학사처 인력 관리 차원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협의회에서는 그동안 자율전공, 무전공입학에 대한 워크숍, 우수사례 발표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 간호학과 1000명 증원으로 2025학년도 전문대학 간호·보건 계열 입시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00명 증원에 대한 교무입학 보직 처장들의 현장 목소리는 어떤지.
“간호학과를 운영하다 힘들면 TO를 내놓는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지방대학에서 TO를 내놓기 시작했다. 증원 전부터 지방대학 간호학과가 힘들었던 상황이다. 여기에 1000명이 증원되면서 교육 품질을 유지하면서 학과를 운영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 이에 맞춰 교육 품질을 보증하고, 간호교육인증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교수를 뽑아야 한다. 1000명 증원 여파가 계속 미치는 셈이다. 학생 수를 힘들게 채운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국가고시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간호사 시험 합격률도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호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교육 품질, 개인 능력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있다. 그런데 전국 인력 수요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증원이 결정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면허 소유한 사람들은 많다. 다만 업무 강도 때문에 현장에 남으려는 사람이 적은 것으로 안다. 기존 면허 소유자들을 현장에 불러오는 방안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전문대학에서는 간호학과 등록금 현실화 문제도 남아 있다. 학제도 일반대학, 전문대학 모두 4년제이고, 동일한 기준으로 인증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등록금은 차등화돼 있다. 간호학과 증원에 맞춰 교수도 새로 뽑아야하고 교육시설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데 부담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예를 들어 40명 수업하다가 50명, 60명으로 늘어나면 반을 분리해야 한다. 이 경우 수업 시수 문제, 교수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 다른 분야에 비해 전문대학 이공계열에 대한 관심이 낮은데,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재정 지원이다. 학생들이 이공계열 공부를 어려워하고, 관련 학과에 오지 않으려고 할 때 학생들을 끌어올 만한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 공부 후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경력관리 후 숙련자가 될 수 있다는 미래 청사진이 그려져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대학의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특히 공학계열은 기자재, 소모품 구매 비용이 크다. 대학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기자재를 최신화하고 학생들이 여러 프로그램,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려면 관련 비용을 지원 받아야 한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지원비는 그대로다. 현재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과 관련된 박람회, 전시회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 지역 대학 처장으로서 청년 유출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제시해본다면. 
“관건은 일자리다. 예시로 부산에 있던 철강회사 하나가 당진으로 옮겨갔다. 오래된 규모의 큰 기업이었는데 이 기업이 당진에 가니까 지역에 관련 학과도 생기고 인력이 많이 유입됐다고 들었다. 포항도 에코프로비엠이 들어오면서 포스텍에 연계학과가 개설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학생들이 지역에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을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데, 기업 유치를 위해 교육부, 입법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야 한다. 또 기업 유치만 이뤄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정주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 학령기 학생이 줄어들면서 성인학습자가 주목받고 있다. 성인학습자 학사 관리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유연한 학사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성인학습자는 야간, 주말, 방학 집중 수업 등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수업 시간에 대한 여러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사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를 ‘성인친화형 학사운영제도’라고 표현한다. 중요한 건 학습자가 입학할 때부터 이미 학사·행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업 시간대와 일주일 동안 수업 횟수, 온라인 수업 비율 등을 입학단계부터 정해야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성인학습자가 본인 일정을 고려해 학과와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현장에서는 ‘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데, 전체 전문대학 교무·입학 관계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이미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 맞지만 또 다른 문들이 열려 있다. 새로운 학습 수요자를 발굴하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번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하반기 세미나 주제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것에 맞췄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전문대학이 변화하면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서 교육계에서 전문대학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